서울시의 뉴타운정책 전면 수정으로 그동안 뉴타운 사업장(구역)에 공을 들여온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구역당 많게는 수십억원 상당의 영업비, 대여금 등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재개발사업이 중단되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니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미칠 영향이 크고 사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나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역시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시가 뉴타운사업 실태조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610곳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4월 총선 이후에나 취소되는 뉴타운 사업구역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건설사, 손실 감수해야 하나 '끙끙'
7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력을 투입, 관리해 온 뉴타운사업장이 수십 곳에 달하는 건설사는 전체 손실 규모가 최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수년간 뉴타운사업을 추진 중인 구역에서 수주 영업활동을 벌인 건설사들은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을 공개하기를 꺼린다.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간주되는 영업비는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진행속도가 더딜수록 늘어나 대여금, 금융비용 등을 합해 많게는 구역당 30억원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금은 건설사와 추진위 간부들의 연대보증 등을 통해 은행이 추진위에 직접 대출해주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되면 은행과 추진위 간 문제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추진위가 갚지 못할 경우 보증을 선 건설사들이 대위변제를 할 수밖에 없어 채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관리해 온 재개발사업장이 시의 뉴타운 구조조정으로 중단되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을 받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비는 밖으로 드러내기 어렵고 정확한 집계도 힘들다"며 "건설사가 대여금을 대위변제하면 연대보증을 선 추진위 간부들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이 가능하겠지만 향후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와 정부가 정책 혼선을 빚어 건설사가 손실을 봐도 사업 인허가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구역지정 해제 예상리스트 작성
뉴타운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은 구역지정 취소 예상지역 리스트를 작성, 손실 규모를 추정하는 등 자체 점검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구역지정 취소 가능성이 높은 곳의 리스트를 작성, 추진위 등의 동향을 파악 중"이라며 "비용이 과다하게 투입된 사업장이 어디인지도 선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체 분석 결과 위태로운 구역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매몰비용의 절반가량을 정부에서 부담키로 했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하는 만큼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까지 선정한 조합이 조합원 30% 이상 동의로 사업을 중단하면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시공사 선정 전 단계인 추진위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 후 해제구역 발표될 '듯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사인 뉴타운 구역지정 해제지역은 총선 이후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시는 현재 뉴타운사업 실태조사 가이드라인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총 1300개 구역 가운데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의 610개 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4월 총선 이후에나 구역지정 해제지역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정비구역 83곳은 해당 구청이 실태조사를 맡고 정비예정구역 234곳은 시가 담당한다"며 "이들 317곳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구청장과 지주 30% 이상의 구역지정 해제 동의가 이뤄지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실태조사가 모두 끝나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홍창기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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