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사와 하도급사가 출자 등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하더라고 재하도급사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상대가 발주자로 바뀔 수는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한 재하도급사가 발주자인 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판결을 유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재하도급사)는 △이 사건 하도급사가 원도급사 발행주식의 52%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이고 △이 사건 일부 하도급사들과 하도급계약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하도급사는 하도급받은 공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재하도급해 형식적 하도급자에 불과하고 △분양대금도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공동명의 계좌로 입금받아 함께 관리·사용했기 때문에 원도급사와 하도급사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돼 동일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동일회사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원고의 주장대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 상대는 원도급사가 아니라 발주자가 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하도급사가 원도급사의 발행주식의 5%를 보유하고 있고 원도급사 회장이 하도급사의 최대 주주이며 하도급사의 매출총액 중 원도급사에 대한 매출액 비중이 73~86% 가량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동일 회사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법무법인 법여울 박영만 대표변호사는 “건설현장에서는 참여 업체들 간 긴밀도에 따라 간혹 누가 진짜 계약 상대방인지 혼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의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계약상대방이 누구인지 정확히 판단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상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