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9일 입법예고한 집합건물법 개정안의 공동주택 분양계약 해제 관련 조항에 대해 주택건설업계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날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앞으로는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아 건물 하자나 학교 유치·도로 설치·지하철 역사 기부채납 등 계약조건 미이행, 사기분양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계약자들 집단민원 분출 우려"
중소주택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때 광역교통망 등 주변 시설물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의지를 반영한다"면서 "입주자가 이들 시설물의 미비를 이유로 계약 해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유치 등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예산 및 정책 문제로 지연되는 것으로 무산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설령 무산되더라도 이를 주택건설업자들의 귀책사유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에서 입주까지 통상 2년6개월에서 3년 정도 걸리는데 입주 시점의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졌다거나 입주자 개인의 대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에도 입주자가 표면적으로는 계약조건 미이행을 핑계로 분양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폭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택건설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대금이 제때 들어와야 건설비를 충당할 텐데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아파트 건설 자체를 못하게 되는 등 공급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공자 담보책임은 이중규제"
개정안은 종전에는 하자담보책임을 지지 않았던 건설회사와 같은 단순 시공사도 집합건물의 개별 소유자를 말하는 구분소유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분양자와 함께 담보책임을 지도록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공자는 건물의 안정성, 용도 적합성 등을 담보하는 최종 주체이기 때문에 담보책임을 져야 한다"며 "시공자의 책임을 인정하면 책임부담 주체 간의 책임소재, 하자범위 및 손배액수 등에 관한 다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시행자와 함께 시공자에게 같은 성격의 하자담보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중규제"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아파트 등 집합건물도 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상가 등과 함께 집합건물법에 따른 담보책임 규정의 적용을 받아 소유자가 건설회사에 직접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내력 구조부에 중대 하자가 있을 때만 아파트 소유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으나 내력 구조부와 구성부분에 경미한 하자가 있을 때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소유자가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주택법상 공동주택 담보책임도 집합건물법에 따르도록 해 보·바닥·지붕 등 건물 주요 구조부의 담보책임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안전성과 관련 없는 구성 부분은 5년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집합건물 세입자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관리, 관리인 선임 등에 한해 의결권을 갖는 등 세입자 권리도 강화된다. 또 거주자들의 무관심과 집회출석 부담 등으로 참여가 저조한 관리단 집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 등을 활용한 전자투표제도,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관리위원회 제도 신설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집합건물 거주자의 권리와 편익이 크게 증진되고 그동안 빈발하던 하자담보책임 관련 분쟁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개정 집합건물법 적용은 법 시행 이후 분양계약을 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blue73@fnnews.com윤경현 최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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