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도급계약서 권장.부당특약 무효화 제안

　건산법에 분쟁조정 규정 마련도 검토해볼 만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간건설공사의 대금지급 등 공정거래질서 확립 세미나’에서 강운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수급자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건설공사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는 보호장치마저 마련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공사비를 못 받거나 불공정 특약 등 발주자의 부당한 횡포까지 이어져 중소건설사들은 이중삼중의 고초를 겪고 있다. 10월말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건설민주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

　“‘공사비 지급 지연 시 지연이자 없음’이라는 특약이 버젓이 운용되고 있다. 발주처와 수급인이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사후에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보완하고 사용을 의무화하는 대책 마련이 추진돼야 한다.” - 김종필 트래콘건설 대표

　국회 국토해양위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간건설공사의 대금지급 등 공정거래질서 확립 세미나’에서는 민간건설공사의 발주자가 수급인(원사업자)의 하도급 대금 지급을 고의적으로 지연·삭감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민간건설공사는 사적 계약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정부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도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종필 트래콘건설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확산되는 특약 피해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5년 전부터 민간 불공정 계약 사례가 도출되고 있다. 선의의 건축주가 많지만, 민간 표준계약서 대신 특약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불공정특약”이라며 “불공정 조항들은 선의의 발주자와 시공자에게 불신과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결과적으로 건전한 사회계약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불공정 특약으로는 △물가변동 없음 △설계도서 누락·오류가 있어도 기능상 필요한 부분은 증액 없이 시공 △사업성 민원을 포함한 모든 민원은 시공사 책임 △하자가 발생한 경우 (경미한 하자라도) 준공금 유보 △공사비 지급 지연 시 지연이자 없음 등이다.

　앞서 강운산 한국건설산업연구위원은 ‘민간건설공사 대금지급 및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민간건설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에 하도급을 보호하는 제도만 있을 뿐 수급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취약,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안에는 △표준 도급계약서 사용 권장 △과당한 부당특약 규정 무효화 △대금지급 보증 및 담보제공 요청제도 신설 △준공결정 단계에서 수급인에게 준공금 지급 담보 확보 △민간건설공사 하자 유형 및 하자 기준 수립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운영 활성화 △민간건설공사 공사감독원 자격기준 수립 및 시행 등 제안 및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축법 등에 규정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재영 재단법인 건설산업정보센터 이사장은 불공정 거래 근절 대안에 공감하면서도 민간 건축주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민간발주자(건축주)인 갑의 입장에서도 건설업체의 과실 등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거나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민간공사 발주자(건축주)로부터 도급업체가 신뢰성을 확보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공사의 하자 문제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건축주 스스로 표준계약서를 갖추는 유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건설분쟁조정위원회 활성화 문제도 대체로 공공공사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민간건설공사의 분쟁조정규정을 건산법에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채규 국토해양부 과장도 “앞으로 건설 물량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건설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수익구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하지만 표준도급계약서를 의무화하는 것이 사적영역을 법으로 규제하는 게 가능한지는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불공정거래 관행이 확산된다면 건설업뿐 아니라 발주자도 (부실시공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상호 신뢰를 우선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이재 의원이 발의한 건산법 개정안은 사전 협의를 했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도급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담보를 제공하지 아니할 때, 수급인은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급인이 계약을 믿은 데 따른 손해배상”이라며 담보제공청구권 확대·적용을 제안했고,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민간 도급계약은 사적 자치가 적용되는 영역이어서 기본적으로 외부적인 규제나 간섭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공사대금을 적기에 제공하고,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당 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이재 의원은 지난달 말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 권장 의무화 △불공정특약 규정의 무효 조항 신설 △공사대금 지급보증 또는 담보제공청구권 제도 도입(임의조항) △중앙건설분쟁 조정위원회 내 사무국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형용기자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