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종합ㆍ전문건설업간 업역제한이 풀린 후 4년여간 겸업건설사가 2.6배로 늘었다.

　반면 건설경기가 급랭하면서 겸업 열기도 식어 작년 신규 겸업사는 31곳에 그쳤고 올해 새로 풀린 설비업종 신규 진입사도 포스코ICT가 유일했다.

　4일 건설산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종합ㆍ전문간 겸업이 허용되기 직전인 2007년말 457곳(기 개방 7개 업종 겸업사)이었던 겸업건설사가 지난 2월말 1206곳으로 163.9%(749곳)나 늘었다.

　2008년 이전에 이미 개방된 철강재설치ㆍ준설ㆍ삭도설치ㆍ승강기설치ㆍ가스시설ㆍ난방ㆍ시설물유지관리 등 7개 업종의 겸업사가 457곳에서 523곳으로 소폭 늘었고 신규 개방업종 겸업사가 683곳이나 급증했다.

　연도별로 보면 겸업 완전허용 첫해인 2008년말 겸업사는 777곳(기존 458곳, 신규 319곳)으로 1년 사이 320곳이 불어났다. 2009년에도 261곳(33.6%)이 증가해 연말(기존 업종 457곳 포함해 1038곳)에는 겸업건설사가 1000곳을 넘었다.

　그러나 2010년(연말 1163곳) 신규 겸업사는 125곳(기존 개방업종 58곳 포함, 12.0%)에 그쳤고 작년(연말 1194곳)도 31곳(기존 개방 7곳 포함)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겸업허용 첫해 업종간 교차진출이 일시 급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글로벌 재정위기가 이어지면서 타 업종 진출이 추가 수주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교차진출 빈도도 급격히 둔화했다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대부분 건설사가 별도 법인 형태로 사실상 원하도급을 겸영하는 상황에서 사무실, 인력, 자본금 등의 추가 확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업종 벽을 무너뜨렸지만 인센티브 등 후속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올해 개방된 설비업종도 마찬가지다.

　대한설비건설협회에 따르면 2월말까지 기계설비업에 진출한 종합건설사는 포스코ICT뿐이다. 그마저 작년 7월 토목건축공사업종을 등록하면서 반납한 설비면허를 겸업허용에 맞춰 복원한 사례다.

　설비협회 관계자는 “기계설비업종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문의전화는 가끔씩 오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앞으로도 늘어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설비업체 수만 해도 작년 말 6330개에서 올해 2월말 6345개로 두달간 15곳만이 늘 정도로 종합ㆍ전문업종을 통틀어 설비업종의 경기가 가장 안 좋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정보센터도 자체 분석 결과, 종합건설사의 6년간 생존율이 53.2%(2005년 신규 설립 1237곳 중 2011년 658곳 생존)에 그칠 정도의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 아래 어떤 건설사가 타 업종 겸업을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작년 2월 통계청 분석치(2004~2009년 건설업체 생존율 40.9%)보다 높지만 폐업 및 등록말소 빈도가 잦은 전문ㆍ설계ㆍ감리 등을 배제한 순수 종합건설사만의 수치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재영 센터장은 “2곳 중 1곳이 6년 내에 사라진다고 하면 건설사가 음식점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음성적으로 횡행하는 겸업에 따른 자본금, 인건비 부담을 과감히 줄일 필요가 있고 그 지름길은 겸업사에 대한 발주제도 부문의 과감한 인센티브뿐”이라고 진단했다.

　매년 등록기준 조사 등을 통해 수천개 부실사를 퇴출하는 정부의 산업정책도 10년 이상 장기생존한 견실업체에 대한 입찰 등의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더 효과적인 건설업 구조조정법이란 조언도 덧붙였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