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미콘 차량들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건설업계는 일선 건설현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될 것이라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당장 3월부터 가동되는 건설공사에 한숨을 쉬고 있다.

특히 여수엑스포·세종시·SOC 등 국가주요사업은 물론 관급공사 중단사태로까지 번질 경우, 건설사는 힘들게 수주한 현장의 공기마저 딜레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는 시멘트-레미콘-건설사 저마다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우선 시멘트사들도 가격을 올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갈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인상요청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는 업계 대로 시멘트사와 건설사 압박으로 인해 공급중단에 이르게 됐다고 항변한다.

당초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사들의 요구대로 시멘트값을 t당 1만원 가량 올려줄 경우 레미콘 1㎥당 1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며 공급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것.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강문혁 이사는 “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건설업계는 마땅한 대안도 없이 강경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시멘트 업계에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불과 6개월만에 시멘트 가격을 인상한 것은 우리의 파업을 유도한 것 아니냐”라며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우선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들이 협상을 통해 시멘트 가격을 결정한 뒤에, 레미콘 가격협상에 나서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재 진행중인 공사와 봄철 활개를 띌 건설현장의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물량으로 인해) 당장은 레미콘 공급 중단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레미콘 공급 중단 사태가 지속되면 주택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아파트 분양 어려움도 있는데 자재 문제까지 겹치면 분양가를 올릴 수 도 없는 노릇이라며 하루 빨리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들이 원만하게 해결을 지었으면 좋겠다”라고 덧 붙였다. 

한편 지난 20일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가 과천청사로 시멘트와 레미콘,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시멘트값 인상으로 촉발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각 업계는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다는 원론적인 수준은 합의했지만, 입장 차이가 커 합의까지는 순탄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오늘(22일)부터 조정기간을 거쳐, 22일 오후 2시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로는 합의했다.

건자회 이정훈 회장은 “레미콘 업계는 단순히 가격만 내리자는 답답한 소리만 한다”라며 “정부와 건설업계는 레미콘 공급 중단을 막아보려 했었다”라며 레미콘 공급중단 사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 3자가 저마다 입장을 호소하면 제 목소리만 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입해 실질적인 합의점을 도출해 낼지 주목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멘트 계열사에 속한 레미콘 업체는 이번 공급중단 사태에도 불구 '정상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다며, 계열사로부터 시멘트 공급가격에 대해 혜택을 받거나 내부적으로 진행된 시멘트-레미콘업계간 물밑 작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