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 시공계약서는 노예 계약”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

　

　“민간건설공사의 시공계약서는 노예계약과 다름없다.”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달 5일, 국토해양부가 술렁거렸다.

　민간공사에서 보이지 않게 이뤄지는 ‘발주자의 횡포’ 사례가 동영상과 증언을 통해 전파되면서 장내는 침묵이 훌렀다.

　발주자 요청으로 설계변경을 했지만 ‘토목ㆍ건축ㆍ설비 등 공사 중 어떠한 상태에서도 공사비 변동은 없다’는 내용의 특약으로 대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고발됐다.

　결국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했던 A건설사 관계자의 증언은 하도급 공정화 문제와 함께 발주자와 원사업자 간의 불공정 행위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이른바 ‘건설민주화’에 대한 문제다.

　2~3개월에 걸친 현장 검증은 지난 4ㆍ11 총선에서 5선 도전장을 내민 현역 의원과 경쟁을 펼치며 당당하게 국회 첫발을 내디딘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이 나섰다.

　“대금을 주지 않겠다는 특약이 현실적으로 말이 된다고 보기 어렵잖아요. 발주자는 ‘대금지급 보증서’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수주물량 부족 등의 문제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주를 하다 보니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속은 엉망진창이 됐을 겁니다. 건설업은 원사업자가 부도가 나면 하도급 업체도 연쇄적으로 도산하게 되고, 근로자들의 생계도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발주자의 잘못을 따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니겠어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민간건설 분야에서 원사급자(수급자)를 보호하는 근거를 마련한 이 의원이 집무실에서 손을 내밀었다.

　정치 관록 15년… “지역균형발전 챙기겠다”

　이 의원은 1998년 강원도지사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계에 발을 내디뎠다.

　2000년에는 한나라당의 소장 개혁파 모임이었던 미래연대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당 쇄신을 위해 목청을 높였다.

　“미래연대 사무처장을 지낼 때 다수의 국회의원과 인연을 맺었죠. 오랜 정치적 동지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웃음)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도 맡았고, 강원인재육성재단 상임이사도 지냈습니다. 하지만 건설(분야의 직접적인 연관업무)은 이번 국토해양위가 처음입니다.”

　그는 ‘SOC 사각지대’ 문제를 개선하고자 국토위를 지원했다.

　목표는 천연액화가스(LNG) 생산기지와 종합발전단지 등 합성천연가스(SNG) 개발 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삼척을 ‘미래 에너지 시장 선도 지역’으로 만드는 데 있다.

　앞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에도 총력을 기울여 지난 9월 말 예비 지정을 확정 짓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죠.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이 환동해안권 중심지로 서려면 동해안권 교통과 물류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하고, 양양국제공항도 활성화해야 하고, 공사 중인 동서고속도로 조기개통과 춘천~속초 간 고속화철도 건설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동해를 관광에서 경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민간공사, 불공정 노예계약 근절

　국회에 입성한 지 5개월만에 맞이한 첫 국감에서는 ‘불공정 하도급 근절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는데, 민간공사에 눈을 돌려보니 발주자가 불공정한 계약체결을 하고, 공사대금지급의 지연 및 부당한 삭감, 상납 요구, 추가 공사의 대금지급을 거절하는 등 상당한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 하도급자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죠. 그런데 민간에서 발주한 공사에서 원사업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온 겁니다. 상당히 심각했죠. 발주자의 횡포로 원사업자가 부도나면 하청업체나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은 절름발이 보호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이것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죠. 이것은 불공정한 노예 계약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공공공사(관급공사) 분야와 같이 원사업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감 첫날에는 경기도 안양에 본사를 둔 트래콘건설 대표이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민간발주 공사에서 이뤄지는 발주자의 횡포를 세부적으로 지적, 다른 의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달 30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 공사대금 지급 보증제도와 공사대금 담보제공청구권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계약상의 관계가 ‘공생적인 대등한 관계’로 변화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시대적 흐름이죠. 보증제도는 건설민주화의 핵심입니다. 유명무실한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상설화하는 방안도 담았습니다. 원사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하도급 업체를 보호하는 것과 경제활성화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대통령 선거 공약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도농 간 균형발전… “SOC 투자 지속 해야”

　국토, 해양, 도로 등 SOC 투자의 균형적 배분도 강조했다.

　균형적인 국토발전을 위한 조치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SOC투자 결정에 있어서 단순히 경제 분석에만 의존해선 안 됩니다. 소외된 지역의 배려, 재정자립도를 고려한 균형발전, 무엇보다 조화로운 공생의 관점이 필요한 거죠.”

　6년 만에 이룬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예비 후보지’ 선정도 이 같은 견해가 반영됐다.

　연말께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 1조500여억원을 투입해 강릉과 동해지역을 총 4개 지구로 나눠 개발하게 된다.

　“A라는 지역은 교통이동권이 좋지만, B지역은 매우 열악하다면 다 같이 세금을 내는 처지에서 볼 때 B지역이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겠어요. 교통이 불편하니 경제활동에도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거죠. 경제활동의 균등한 기회부여는 사회복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죠. 국토위 예산안 논의에서도 ‘SOC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놓인 건설산업에 대해서는 “많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침묵) SOC만큼 사회복지적인 성격을 가진 산업이 없는데….”라며 복지국가건설의 기초를 SOC 사업의 지속성으로 설명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미래 ‘통일비용’으로 인식되는 북한의 인프라 구축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도 제안했다.

한형용기자 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