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건설업체 A사는 작년말 사상 최장이라는 22일간의 철도노조 파업으로 시멘트 등 건자재 공급이 지연돼 레미콘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몇일간 현장을 스톱시켜야 했다. A사는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했지만, 원도급사는 “뭘 그 정도로”라며 공기연장을 거부했다.

최근에는 영하 10도가 넘나드는 혹한기에도 늦어진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보온하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지만 공사내역에는 보온비용이 별도로 계상돼 있지 않아 어떻게 청구할지 고민하고 있다.

노조파업과 악천후 등 천재지변이 연례행사가 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공기연장, 공사비용 증가 등 부담은 원도급업체들이 나 몰라라 하고 있어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이에 따라 천재지변 적용지침을 마련하고 부당특약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이 개정돼 오는 2월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천재지변’의 불인정도 부당특약으로 간주하는 등 이제 천재지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들은 노조파업이나 혹한기, 혹서기 등 악천후가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발생되고 있지만 원도급업체가 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이에 따른 부담을 하도급업체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봄이면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을 이유로 매년 노조파업인 ‘춘투’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천재지변으로 인정해주는 원도급사는 거의 없다. 또한, 혹서기 대처비용은 계약내역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고, 혹한기 보온비도 “내역에 포함시키라”고만 할 뿐 인정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업체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을 개정하면서 부당특약으로 예시한 민원처리나 산업재해 비용 전가처럼 ‘천재지변 불인정’도 이같은 부당특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거래를 끊겠다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천재지변을 인정해 달라고 할 수 있는 하도급업체는 없다”며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인정하는 분위를 조성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