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소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문건설업체들이 요즘 분쟁을 겪고 있다. 원인도 원하도급 간 공사대금 문제부터 일용근로자와의 노무문제까지 다양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건설분쟁 해결 실무전문가들을 초청, 좌담회를 갖고 분쟁 다발 원인과 대응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했다. /편집자 주
- 건설관련 분쟁이 최근 다발하는 것은 장기불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이는데, 이외에 또 다른 원인을 꼽는다면. ▷권중목 건설클레임연구소 소장(이하 권 소장)=결국 이익보전이 되지 않을 경우 부득이하게 소송으로 간다는 뜻인데, 또 다른 원인으로는 우선, 양 계약당사자 간에 아직까지 소송사례가 많이 확보돼 있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과거 해상 분야에서 소송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결말이 예측되기에 소송이 크게 줄었습니다. 건설 분야도 이런 과도기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실무책임자의 권한 축소도 원인입니다. 즉 과거에는 문서화되지 않은 실질적인 손실에 관해서는 실무책임자가 현장여건을 감안해 일부 조정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모든 업무가 세분화돼 실무책임자가 보전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는 경우입니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계약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분쟁유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공사계약에 관해 서로 모호한 부분이 많아 서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허순만 건설하도급분쟁연구소(법무법인 선우) 국장(이하 허 국장)=종합건설업체의 부실로 전문건설업체의 공사대금청구 등 건설분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가 입찰로 인한 적자발생도 건설분쟁의 발생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체들이 저가로 수주해 실제 공사진행에서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적자보전을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분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문건설업 면허대여로 인한 건설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사를 수주한 개인이 전문건설업체의 면허를 대여해 공사를 진행하다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미지급한 인건비, 장비대 등을 두고 지급청구, 구상권 등 소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변준영 대한상사중재원 건설중재팀장(이하 변 팀장)=분쟁 분야가 광범위해지고 분쟁유형이 다양화된 것도 원인일 것입니다. 환경, 플랜트, 폐기물, 건설보험, 재건축 등 분쟁이 발생하는 분야가 더 넓어지는 추세이고, 분쟁유형도 채무부존재 확인, 계약해지, 보증사고, 재세공과금, 보조금 관련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 전문건설업체와 관련 최근 제기되는 클레임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입니까. ▷허 국장= 전문건설업체 관련 자주 발생하는 건설클레임으로는 추가공사대금 청구 소송 부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추가 공사한 사실은 법원의 감정을 통해 입증이 가능하나, 구두로 한 합의한 것은 입증이 어려워 승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종합건설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하도급대금지급보증금 청구 소송, 회생채권 및 공익채권 청구 소송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변 팀장=금액이 큰 사건은 정부(외국)나 지자체, 공기업이 발주하는 국책사업 등의 (재)하도급 관련이 대부분이고, 일반적으로는 재건축공사나 환경, 보증 관련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권 소장=원·하도급간 분쟁이 많은데, 전문건설업체는 설계변경, 물가변동, 기타변경(공기연장, 공기단축, 공사간섭, 불가항력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법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조정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내용과 비율’이 ‘갑’의 직위에 있는 종합건설업체의 임의적 해석에 따라 조정받기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분쟁이 되고 있습니다.
- 전문건설업체들의 분쟁사건을 수행하면서 느끼신 바가 있다면. ▷변 팀장=우선 대형업체나 공기업 등에 비해 중재 등 분쟁해결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조직이 크지 않아 별도로 계약팀이나 법무팀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리인(변호사) 없이 직접 절차에 참여해 서면작성이 제대로 안되거나 심리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권 소장=클레임이란 ‘계약조건의 조정이나 해석, 금전지급, 공기연장 또는 기타 구제조치에 대한 문서상의 요청 또는 주장’을 말합니다. 전문건설업체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건설기술자들이 다큐먼트(문서)작업, 특히 계약적인 문서작업에는 굉장히 취약한 실정입니다. 한국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심한 계약분석을 통해 차후 발생될 분쟁을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전문건설협회 차원에서도 공사관리자들을 위한 공통적인 공사계약의 실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허 국장=우선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공사 계약관련 문서가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송과정에서 관련서류가 준비돼 있지 않아 주장사항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체는 건설업계의 사회적 위치가 열악합니다. 따라서 주계약자관리방식 계약제도를 강제 시행하는 등 제도적으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의 동반성장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각자 분쟁해결 방법이 다르신데, 각자의 입장에서 업체에 충고한다면. ▷권 소장=합의를 통한 분쟁해결을 주로 지원하는데, 건설공사에서는 입증하지 못하면 지급받지 못합니다. 어미새는 입을 가장 크게 벌리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공사단계별로 가장 적정한 시기에 권리를 주장해야 하며, 이것이 생활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현장실무자는 이때까지 공사관리를 꼼꼼히 해 온 것처럼 이제는 ‘계약관리’도 꼼꼼히 해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합니다.
▷허 국장=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의뢰인과 변호인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떠한 내용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는지, 어떤 애로사항을 가지고 있으며, 소송을 통해 무엇을 주장하려고 하는지를 양자가 정확히 알아야 승소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호사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업체도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변 팀장=중재의 장점을 인식하고 많이 이용하길 바랍니다. 중재는 변호사 외에도 업계 인사들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중재인)에 의해 판정이 이루어집니다. 또 감정이나 검증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소송보다 매우 적어 기간이 짧은 편입니다. 단심제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 분쟁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신다면. ▷허 국장=추가공사대금 분쟁에 대비해 추가공사대금 지급합의서를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에 합의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작업지시서나 회의록에 종합건설업체의 확인서명을 받아두어야 향후 분쟁시에 이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또 종합건설업체가 부실하다면 직접지급합의서를 작성해 발주자로부터 하도급공사대금을 직접 지급받도록 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직접지급 합의를 채권양도로 보고, 채권양도의 경우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해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 합의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 종합건설업체 채권자의 공사대금 (가)압류에 대비해야 합니다. 건설클레임 소송은 문서싸움입니다. 평소 하도급계약 관련 서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 팀장=우선 소송에 비해 장점이 많은 중재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중재조항을 넣는 것이 중요하고, 중재절차나 특성 등에 대해 상담 등을 통해 잘 알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업무적으로는 계약서 작성시 지체상금률이나 부가세 등을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하지 않아야 하고 모호한 계약서 내용을 작성해도 안됩니다. 어려운 부분들은 법률전문가나 중재원에 문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공사현장에서는 공문이나 사진 등으로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권 소장=최선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사진행 단계별로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문제점에 관해서는 세밀하게 확인하고, 확인된 것을 서로 간단히 서명하게 해 오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또한 공사공무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물론, 공사관리 담당자까지 공사계약에 관한 사전교육이 필요합니다. 공사계약이 체결되면, 공사현장실무담당자를 대상으로 모두 모여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약적인 부분에 관해서 전문가의 도움 등을 통해 앞으로 발생될 분쟁사항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이 분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서로 사전교육이 돼야 합니다.
또한 현장실무자는 종합건설업체의 구두지시에 대해 본사결제 등을 이유로 서면지시를 확보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담당자는 업무수행기록, 특히 계약상 약정되지 않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항목에 대해서는 작업일보 등 서면으로 보고서에 필히 기재해 추가비용에 대한 지출은 객관화하는 습관을 길러야 차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입증책임으로부터 유리해집니다. /정리=반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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