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입찰제 등 구조적 문제로 공사비 깎여 안전 뒷전
‘기우뚱 오피스텔’은 빙산의 일각… 하루하루 살얼음판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국가 전반에 걸쳐 안전시스템 점검과 보완대책 마련으로 부산하다. 건설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현장 안점점검을 비롯해 여러 가지 대책이 속속 공표되고 있지만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건설업 안전 시스템의 실제 운영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건설업계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행복도시에 건립되고 있는 한 아파트 현장에서 형틀공사를 담당하는 업체가 부실공사를 저질렀다고 양심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아파트 골조공사를 수행하면서 철근을 설계보다 적게 투입했다고 밝혔고 감독기관의 조사결과 실제로 수평 철근배근 간격을 정상보다 50~60%가량 적게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도급업체는 “해당 협력업체가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사업에 참여했지만 가 공사 도중 하도급금액 증액을 요구하며 부실시공을 하겠다고 2~3차례에 걸쳐 협박, 이를 실행에 옮길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광주 소재의 이 협력업체는 사건 발생 후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로 공식적인 입장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동종업계는 “얼마나 당한 것이 많았으면 손실을 주려고 자폭을 선택했겠느냐”는 동정론이 비등했다.

지난 12일에는 충남 아산시에 준공직전의 오피스텔이 급속히 기울어져 붕괴되기 직전의 상황이 발생했다. 조사결과 이 오피스텔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14~15m 기초 파일이 30~40%가량 적게 시공되고 메트기초 역시 설계도면보다 20~30㎝ 가량 얇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초파일 시공 등 주요 공정에 대한 현장 감리도 규정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각 준공 9개월과 1개월여를 앞둔 멀쩡한 외관의 아파트가 철거위기에 놓이고 오피스텔이 기우는 사건은 건설산업이 현재 안고 있는 안전 감시시스템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설물의 기획에서부터 설계, 입찰, 시공·감독, 준공, 유지관리 등 전과정중 이번처럼 건물이 기우는 모습으로 몇 가지 과정상의 부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또 당사자의 고백이 없었다면 어떤 부실과 위험이 내포돼 있는지 일반 국민들은 알지도 못한 채 입주했다가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 올수도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형틀시공자의 양심선언 이면에는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절대공사비 부족과 의심되는 불공정거래, 감리·감독의 문제 등이 내포돼 있다. 

전문가들은 “독립기념관 화재와 지붕누수 사건으로 건설기술관리법이 제정되고 책임감리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만큼 이제는 시설물의 안전은 물론 수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입·낙찰제도와 안전을 동시에 묶어 제도 개선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주장한다.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