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댐 치수능력증대사업 조감도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의 공사비가 수백억원씩 깎이는 과정은 현행 총사업비 관리제도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총사업비 삭감 과정이 불투명하다. 총사업비 대상 사업은 일반적으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연간 발주계획을 통해 추정 사업비가 미리 공개된다. 발주처인 수공이 밝힌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의 추정 공사비는 2524억원. 하지만 이달 말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입찰공고 예정인 이 사업의 실제 공사비는 300억~400억원 가량 줄어든 20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건설사들은 날아간 수백억원에 따라 입찰전략을 다시 짜야 하지만 기재부와 발주기관은 세부 조정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댐 분야 최고전문가들이 직접 짜고 검토한 설계 및 공사비 내역을 문외한인 예산 전문가들의 심사하는 방식도 비정상적이다. 댐 건설은 수자원공사가, 고속도로는 도로공사가, 철도는 철도시설공단이, 항만은 항만공사 등이 경험과 실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대해선 기재부도 동의한다. 김금남 기재부 총사업비관리과장은 “솔직히 댐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래서 수공 등 전문가들과 수차례 협의해 총사업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이 협의지, 스스로 삭감하지 않고 버티는 발주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재부에는 사업 재검토를 의미하는 타당성 재조사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9월부터 최초 총사업비보다 20%이상 늘어난 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가 의무화됐다. 과거에는 이전 단계 대비 20% 증액 요구사업만 대상이었는데 훨씬 강화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에 대한 총사업비 협의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한때 KDI에 타당성 재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했다.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이상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자연히 아쉬운 발주처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수공 관계자는 “이 사업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20% 미만 증액사업으로 애초부터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타당성 재조사 기준인 ‘20%룰’은 품질시공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C건설사 관계자는 “발주기관들이 사업비 20% 증액 요인이 있더라도 타당성 재조사를 피하기 위해 설계를 조정하거나 억지로 사업비를 줄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조정내역에 대한 최종 심사도 ‘그들만의 리그’다. 총사업비 검토는 기재부 예산실장 주재로 예산실 직원들이 참가한 회의에서 심의·의결된다. 반면 수공은 이번 충주댐 사업의 기본계획을 확정하기까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5번이나 심의를 거쳤다.

　A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설계가격 내역 변경 시 입찰자가 충분히 조정된 내역을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우리나라 예산당국과 발주처는 설계비가 왜 깎였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기재부가 총사업비 삭감 근거로 내세운 핵심과 비핵심사업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이 사업은 충주댐 범람시 충주시 등 하류지역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미 전국의 24개 주요 댐 가운데 소양강댐 등 13개 댐은 보강공사가 끝났고, 대청댐 등 7개 댐은 공사 중이다. 집중호우 시 댐의 홍수조절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댐을 더 높여 물 그릇을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별도의 수로(여수로)를 만들어 넘치기 전에 물을 빼내는 방법이다. 전자는 새로운 수몰 지역이 생기기 때문에 예산당국이 기피하는 방식이다. 충주댐도 후자인 여수로 방식을 택했다. 여수로를 만들려면 먼저 터널공사 주변의 물을 가두는 가물막이 공사를 거친 후 여수로 터널을 뚫고 입구에 수문을 설치한다. <조감도 참조> 기재부는 가물막이 공사와 여수로 터널 공사, 수문 기계공사를 핵심 공사로 분류했고, 나머지 사업은 비핵심 공사로 보고 삭감대상에 올렸다. 조경공사가 삭감 1순위였다. 하지만 댐 건설에서 조경사업은 단순히 훼손지역을 외관상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토사 유출을 막아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수공 관계자 역시 “이 사업에서 조경공사는 단순히 미관상 필요해서가 아니라 댐 주변 붕괴를 막아주는 자연 지지대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발주처의 공사비 부풀리기와 예산당국의 총사업비 삭감 조치가 묵시적인 카르텔(담합)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D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는 깎일 것을 감안해 공사비를 늘려 제출하고, 예산당국은 과감한 삭감으로 응수하는 게 총사업비 협의 구조”라며 “예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실적쌓기용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