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는 해외 수주액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연이어 발생한 무력 충돌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0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세력(ISIL)의 무력 충돌이 교착 상태로 접어들면서 일부 국내 건설현장에서 공사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선이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위험지역인 이라크 서부 등 일부 현장에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물자 수송이 잘 안되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물자 수송 차질 등의 이유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자칫 발주처와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추후에 국내 건설사가 공기 연장 등의 이유로 발주처에 추가 공사비를 요구할 경우 발주처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늘어난 공사비는 고스란히 건설사 손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국내 건설업계는 이라크에서 올해만 80억달러가 넘는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중동 국가들이 설계변경이나 공기 연장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라크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공사 수주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악재다.

　이라크 정부 구성이 거의 완료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히지만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공사 수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민병대들 사이의 내전으로 이날 정부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한 리비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건설업계는 리비아에서 102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되면서 현지 체류 직원들 대부분이 철수하게 됐다.

　외교부는 “리비아 입국이 금지되고 현지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도 원칙적으로 전원 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리비아에서 국민들의 철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할 예정이다.

　리비아에 진출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중단됐던 공사를 아직 재개하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언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