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3월「공공건설공사 효율화 종합대책」이후

건설공사 공사관리는 목표(5R; Right-Quality, -Product, -Time, -Price, -Quantity) 달성을 위하여 수단(5M; Men, Material, Machine, Money, Method)과 방법(4er; Safer, Better, Faster, Cheaper)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매우 고도의 기술적 관리방식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고등교육이상의 전공·전문과정을 두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경쟁력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공사기간(Time)에 대하여는 시쳇말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99년 3월 정부는 「공공건설공사 효율화 종합대책」에서 주요 공공사업의 완공지연 문제점 해결을 위하여 계속비로의 전환, 先보상-後착공 원칙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 건설산업선진화기획단의 ‘건설산업의 선진화 전략’ 최종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공사기간이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1.3~3배가량 길다고 하였고, 2009년 2월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는 44개 공공사업의 평균 사업기간 증가율이 46%에 달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보면 그 동안 정부와 우리 건설업계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건설공사에서 시간은 돈이다. 이 때문에 건설공사 도급계약에서는 도급금액 및 공사기간을 분명하게 명시토록 하고 있으며, 공공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계약금액 및 이행기간 등을 계약서에 기재한 후 이를 날인·서명해야 계약이 확정된다. 한편 공공건설공사 역시 계약금액에 대한 사전확정주의를 명확히 하고 있으나, 제한적으로 설계변경, 물가변동 및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의 세 가지 사유에 한하여 계약금액조정을 허용하고 있다. 그 중 기타 계약내용으로 공사기간이 열거되어 있다.

공기연장 손실비용 청구권 포기 원인
설계변경이나 물가변동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계약금액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와 달리 공기연장으로 인한 손실비용의 경우 계약조건상의 협의과정을 거쳐 지급된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공공건설공사 계약조건은 FIDIC(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연맹) 계약조건에 비하여 불가항력의 경우까지 연장비용을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계약당사자간 협의를 통하여 계약금액조정이 이루어진 경우가 거의 없다거나 계약상대자가 아예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은 제3자를 이해시키지 못한다.

박사학위논문(공기연장으로 인한 손실비용 산정방법 개선방안; 2012. 8.)의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공기연장 손실비용 미반영 사유에 대하여 발주자가 싫어해서 포기(39%), 발주자를 설득하지 못해서(24%), 시공사의 미청구(20%), 미지급관례 및 예산문제(9%)로 응답하였고, 소속기관별로 응답내용은 다르지만 현행 실비산정기준의 모호함을 연장비용 청구의 가장 어려운 이유라고 하였다. 이러한 응답내용으로 보아 현행 실비산정기준의 모호함이 발주기관의 재량권을 더욱 상승시키는 작용하여 시공자 스스로가 권리주장에 소극적이 되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추가 예산지출을 달가워할 리가 없는 발주기관이 공기연장 손실비용을 협의·합의하지 않은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공기연장 손실비용 산정용역을 다수 수행한 기관에게 계약당사자간의 협의에 의하여 산출내역서에 손실비용이 반영된 사례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협의를 통하여 계약금액조정된 사례가 없었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답변을 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발주자의 부정적인 태도와 아울러 소송이나 중재와 같은 분쟁해결절차를 꺼려할 수밖에 없는 관행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계약자의 적극적 권리행사가 문제해결의 핵심

건설업계는 공기연장 손실비용을 제대로 반영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현행 실비산정기준의 문제점 및 총사업비관리지침에 공기연장 손실비용이 자율조정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에서 찾는 듯하다. 이들이 여러 원인 중의 하나일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 원인이나 해결방안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현행 실비산정기준은 그 기준이 모호하고 경비지출비용에 대해서는 실비가 아닌 요율을 적용토록 하는 등 일관성이 결여된 문제들이 있지만, 그렇다하여 시공자가 공기연장 손실비용을 산정하거나 발주자와의 협의를 하지 못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총사업비 관리지침의 적용대상(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건축공사는 200억원 이상)이 아닌 중소규모 공공건설사업의 경우에도 계약당사자간 협의로서 계약금액조정이 이루어진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본다면, 총사업비 관리지침에서 자율조정항목으로 공기연장비용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장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공기연장 손실비용과 관련된 중재나 소송의 판결례를 보면 시공자의 청구비용은 실제 투입비용이 입증만 된다면 대부분 인용되고 있으며, 총공사비의 많고 적음은 판결례의 판단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시공자가 자신의 정당한 청구권을 스스로 포기해왔다는 것이 지금까지 손실비용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근본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지적하면 이구동성으로 클레임을 터부시하는 건설관행과 발주자의 권한남용을 탓하고 있으나, 뒤집어서 보면 건설업계가 그러한 경향을 생성 또는 가속시킨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공기연장 손실비용이 집행될 경우 발주기관 담당자들은 공기지연 및 예산낭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서도 제도개선이나 발주자의 변화가 대부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 역시 너무 순진하다.

손실비용 산정방법의 다양화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연장 손실비용을 매번 분쟁해결절차에 의존하는 것은 파트너쉽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경우에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인 지체상금과 공기연장 손실비용이 검토되는데, 이들을 비교해 보면 <표1>와 같다. 지체상금과 손실비용을 동일한 선상에서 운영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할 수 있다.
 
표1. 지체상금과 공기연장 손실비용비교

구 분		지체상금	공기연장 손실비용
발생사유		채무불이행(공사지체)	공기연장(채무자 귀책 등)
청구권자		발주자	시공자
대상금액		전체(또는 차수별) 계약금액	직·간접비 손실비용
법적성격		⦁손해배상의 예정액 ⦁채무불이행	⦁약정상 청구권→손실보상 (부분적 채무불이행)
산정방법		요율방식	실비산정기준 (일부비목은 요율방식)
	특징 (장· 단점)	⦁요율방식으로 산출용이 [계약금액×요율] ⦁실제 손해비용 산정 불필요	⦁실비로서 감액근거 규정 없음 [실제 발생비용의 범위 이내] ⦁청구금액의 상한기준 없음
		⦁청구금액은 계약보증금 한도 ⦁재판상 감액 가능 ⦁현장별 특성(발주방식, 시공사 급여체계 등) 반영소지 없음	⦁실제 손실비용 산출에 어려움 ⦁실비에 대한 객관성 및 타당성 검증이 다소 어려움 ⦁발주자의 기피로 적용사례 드묾

지체상금 산정방법이 요율방식임에 착안하면, 공기연장 손실비용 산정방법으로 현행의 유일한 실비산정방식외에 손실보상율방식을 대안으로 추가하여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표2> 참조).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73%가 동의(발주기관 55%, 시공회사 8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연장 손실비용에 대해서도 지체상금과 유사한 요율방식으로 손실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면 발주자의 재량권 관여가 어려울 것이고, 설령 분쟁해결절차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시공자와의 협의단계에서 합의·종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손실보상율 방식이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표2. 계약금액조정사유별 조정방법

설계변경	물가변동	기타(공기연장)
⦁거래실례가격 ⦁원가계산방식 ⦁실적공사비 가격 ⦁견적가격	⦁품목조정율 ⦁지수조정율 ⦁소비자물가지수 ⦁GDP Deflator	⦁실비산정방식 ⦁손실보상율방식

문제점 및 기대효과

공기연장 손실비용을 요율방식으로 산정하는 대안에는 입장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발주자 입장에서는 연장비용 청구가 현행보다 상대적으로 간편하므로 청구남발 및 악용소지 등을 우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계변경 및 물가변동이 주기적으로 청구되는 것과 비교하여 그 빈도와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발주자는 추가예산 집행의 비판을 우려하여 공기지연이 최소화되도록 발주단계부터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이익이 된다. 다음으로 시공자의 입장에서는 공기연장 손실비용 청구가 간편하여 선호도가 높으나, 이러한 경우 공정관리가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게 되면 발주자로부터 역클레임을 당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으므로 시공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만 할 순 다.

한편 대안에 대한 문제점이 사전검토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업의 특성에 맞는 적정요율을 마련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의 대부분 전문가들이 한 입으로 말하는 ‘건설공사의 특성’을 어떻게 일일이 구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나, 실제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14개 공구의 공기연장비용 청구액을 1일당 요율로 환산해보면 1일당 지체상금율 0.1%의 약 1/18 정도로 매우 낮음을 볼 때 첨예한 논쟁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공기연장 손실비용이 실비의 범위이내에서 지급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부인할 수 없기에, 1일 손실보상율을 적정하게 운영되어야 하는바 이에 대하여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필자가 여러 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공기연장 손실비용 산정방법의 다양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대안의 적용시 시공자의 청구가 증가하는 반면 발주기관의 공기연장 승인은 엄격하게 이루어질 것이므로 계약당사자간의 공정지연 귀책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 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논쟁들은 치밀한 공정관리를 필수요소로 하여야 하는바 공공건설공사 전반에 대한 공정관리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며, 그 결과 그 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공사기간 지연문제가 상당부분 줄어들게 할 것이다. 때문에 얼마전부터 공기연장 손실비용에 대한 클레임이 빈번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계약금액조정 신청사례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이 매우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