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각서 제출을 의무화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발주처가 계약관계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부분이어서 향후 제도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감사원은 20일 지난해 9~10월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진행한 ‘철도시설안전 및 경영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10월 현재 호남고속철도에 관련된 총 84건의 공사(13조1351억원 규모)를 추진하면서 호남고속철도 1-1공구 등 50건에 대해 예산 배정 지연, 용지매수 및 지장수목이설 지연 등으로 공사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건설사가 공사연장에 따른 간접비 등 추가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각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철도시설공단이 문화재 시굴ㆍ발굴 조사, 용지매수 지연 등 공사기간 연장에 따라 발생하는 간접비 청구 소송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미 준공된 전라선 신풍~여천 철도개량 노반공사와 중앙선 덕소~원주(판대~서원주) 궤도공사 등 2013년 10월 현재 150억6000만원 규모의 총 10건이 간접비 관련 공사대금 청구 소송이 이뤄진 상태다.

　감사원은 “문화재 시굴, 민원 발생, 예산 배정 지연 등 계약상대자의 책임이 없는 이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될 때 발생하는 간접비를 계약상대자에게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 또는 합의서를 제출토록 강요해선 안된다”면서 “공단은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를 통해 간접비 청구의 기회를 박탈하는 등 계약상대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2013년 상반기에 설계심사 등을 통해 사업비 1600억원을 절감했다고 홍보, 눈총을 샀다.

　철도시설공단이 업체의 담합 정황을 파악하고도 그대로 입찰을 진행, 담합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공단은 지난해 1월 총 9375억원 규모의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찰에 응한 4개 업체의 담합 정황을 인지, 같은 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재입찰을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이 직후 공단 이사장이 기존의 입찰을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려 담합 협의가 있는 업체들을 낙찰자로 결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수도권 지하철 역 가운데 압구정로데오, 강남구청, 공덕, 서현, 정부과천청사역 등 45개 역 승강장에는 규정에 맞지 않는 피난로가 설치돼 화재나 테러 등이 발생할 때 대피가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으며, 지난 2012년 경부고속철도 시험구간인 충남 오송읍 산동3교 등 4개 교량에 지진대비 보강공사는 전수 품질검사를 하도록 한 규정이 지켜지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형용기자 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