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설계도면, 전문건설만 덤터기

발주처 “시방서대로 시공하라” 억지… 공사비 조정 안해 입찰 계약 때부터 부당문구 삽입 … 제도 개선책 시급

공사시방서 내용이 설계도면과 크게 다른데도 불구하고 발주처가 설계변경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시공업체에 일방적으로 시방서대로 시공하도록 억지를 부리는 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발주처들은 설계도면과 시방서의 공법이 상이한 가운데 단가는 설계도서상의 공법을 근거로 산출해놓고도 일방적으로 설계변경 없이 시방서대로 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이 부실한 설계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사금액 부족, 공기연장 등 리스크들은 결국 최종 시공자인 전문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계약일반조건 등 현행법에서는 설계도면과 공사시방서가 달라 물량내역서가 설계도면이나 공사시방서와 맞지 않을 경우 설계도면과 공사시방서 중 최선의 공사시공을 위해 우선돼야 할 내용으로 설계도면 또는 공사시방서를 변경·확정하고 그 내용에 따라 물량내역서도 일치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주처가 시방서대로 시공할 것을 요구할 경우 설계도면과 물량내역서를 변경하고 계약금액도 조정해야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 시공 중 설계서에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시공사의 시공능력 부족”이라며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설계서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체들은 설계변경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풀이하고 있다. 설계변경이 잦을 경우 담당자들이 공사 발주시 설계서 검토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지적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내역입찰 계약내용에 ‘공사에 당연히 필요한 것들도 해야 한다’, ‘도면에 표현돼 있지 않아서 내역을 만들 수 없는 것도 공사에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등 부당한 문구들이 삽입돼 있어 부실 설계에 따른 부담을 온전히 전문건설업체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결국 갑과 을의 위치를 이용한 억지라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발주처가 전문성을 확보해 착공전에 설계서와 시방서를 정확히 검토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시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