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직전 현금확보 위한 몰아치기 덤핑 분석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상위 50위권의 10개 대형사가 10년간 평균 20건의 최저가공사를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워크아웃 등을 신청하기 직전의 3~4년간 수주가 집중됐고 그 결과로 경영위기를 키운 것은 물론 다른 건설사의 적정가 수주 기회마저 어렵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중인 시공능력평가액 50위권(2011년 기준) 건설사 10곳(금호산업, 벽산건설, 풍림산업, 신동아건설, 동양건설산업, 남광토건, 진흥기업, 남양건설, 삼호, 한일건설)이 2001년~2010년까지 따낸 최저가 공사가 197건으로 집계됐다.

　업체당 평균 19.7건이며 해마다 최저가공사 2건씩을 땄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의 연평균 전체 공사 수주건수가 2건 내외인 점과 10개 대형사 중 주택주력 건설사가 상당수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 2건의 최저가 수주실적은 과도한 수준이란 게 건산연의 평가다.

　최저가수주가 가장 많은 곳은 법정관리 중인 N사로 41건에 달했다. K사(38건), D사(25건), J사(21건), S사(17건), P사(16건), B사(15건)를 합쳐 10곳 중 7곳이 15건 이상의 최저가물량을 수주했다.

　최저가 수주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신청 직전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10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N사의 최저가공사 41건은 직전 4년간(2006년 8건, 2007년 12건, 2008년 11건, 2009년 9건) 집중됐고 다른 해에는 최저가수주가 아예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매년 10건 내외의 최저가공사를 쓸어담은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셈이다.

　2009년말 워크아웃을 시작한 K사(총 38건)의 최저가 수주도 2008년(7건)과 2009년(14건)에 절반 이상이 집중됐고 작년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각각 들어간 D사와 J사도 25건과 22건 중 20건과 19건이 2006~2010년과 2007~2010년 사이의 수주물량이었다.

　또 다른 N사는 수주한 최저가공사 21건 중 19건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2011년 이전 4년(2007~2010년)에 몰렸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직전에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가낙찰 공사에 덤핑투찰한 결과로 보인다는 게 건산연의 추정이다.

　공공공사를 외면했던 주택주력 건설사들마저 위기 직전에 최저가공사를 수주한 점이 단적인 증거란 설명이다. H사는 2010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9년에 3건의 최저가공사를 수주했고 이는 H사가 과거 10년간 수주한 유일한 최저가물량이었다.　

　51~100위 이내의 위기업체로 공공공사 영업을 하지 않은 LIG건설과 동일토건도 위기 직전 각 1건씩의 전무후무한 최저가공사 수주경험을 가졌고 한솔건설도 2010년말 법정관리에 진입하기 이전 3년간 따낸 4건이 10년간 수주한 최저가공사 전부다. ‘에쉐르’란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주택업체로 2008년 2월 부도로 쓰러진 우정건설은 10년간 수주한 11건의 최저가공사 중 무려 10건을 2005년 한해동안 수확했다.

　경영위기를 맞은 후에도 최저가공사를 계속 수확한 곳도 상당한다. K사는 워크아웃 상태인 2010년에만 5건의 최저가공사를 땄고 100위권 전후인 S사는 2008년말 법정관리 시작 후 3년간 7건의 최저가공사를 확보했다.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 경영상황 아래 단행되는 최저가공사 응찰이 대부분 덤핑투찰일 가능성이 농후한 점이다. 워크아웃 등의 딱지가 붙으면 재건축ㆍ재개발 등 민간수주는 물론 턴키 등의 기술 중심의 공공수주 길마저 끊기기 때문에 자체공사를 빼면 최저가공사가 유일한 현금확보 수단이다.

　위기건설사들의 필사적 저가투찰은 견실한 업체의 적정가 수주를 가로막고 실적공사비 체제 아래 추후 발주될 공사의 예정가마저 추락시키는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한계기업, 부실기업들이 최저가공사를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경향이 높지만 현 최저가낙찰제 아래에서 이들의 덤핑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위기업체의 유일한 생존 활로를 틀어막는 것이 매몰찬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범건설업계의 생존과 발전이란 측면에서 보면 경영평가 등 견제장치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재영 건설산업정보센터장도 “무리한 가격경쟁을 통한 수주는 결국 ‘승자의 저주’로 불리는 치명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 아니라 전체 건설업계의 손실을 유발하므로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견제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