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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19 10:00

재개발·재건축소송 잠실아파트 ‘재건축 비상’[출처:아시아투데이]

글쓴이 : 운영자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613083 [1510]

재개발·재건축소송 잠실아파트 ‘재건축 비상’

[아시아투데이=김주홍 기자] 1998년 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기로 하고 재건축 공사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C&우방 4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맡고, 2008년 5,563세대 규모의 초대형 주거 단지로 준공됐다.

하지만 2005년 조합장 L 모씨가 조합설립과 업체선정 과정에서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겨 뇌물수수 사건으로 조합장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2004년 11월 잠실주공 2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은 조합에서 보낸 홍보요원들이 ‘재건축되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을 넓히기 위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면서 ‘찬성하면 서면동의서에 인감도장을 찍어 달라’고 했고, 조합원들은 좁은 주차장을 넓혀준다는 말에 아무 의심 없이 도장을 찍었다.

문제는 그 서면동의서에 ‘사업시행계획 변경승인(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지하층 면적증가)’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안건 속엔 거실과 난간 등 실내장식 공사 자재를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공사 자체를 없애는 내용도 들어있었고, 그런 사항이 무려 50여 건이 넘었지만, 홍보요원들은 이런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도장을 받아냈다.

변경된 사항에는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 층간 슬라브에 들어가는 PE 방습제가 있는데, 층간 슬라브 방습제는 쿵쿵 뛰는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아예 삭제를 시켰던 것이다. PE 방습제의 가격은 1㎡에 1,227원, PE 방습제를 빼고 33평형 아파트 한 채를 시공하면 약 10만 7천 원의 공사비를 줄일 수 있어, 5,500여 세대 전체로 보면 약 5억 8천여만 원이나 된다.

지하주차장 바닥 재질도 원래 세라믹계 강화물질로 바닥을 덮을 예정이었지만 에폭시 코팅으로 교체됐으며, 세라믹계 강화물질은 최소한 10년을 보장하는 반면 에폭시는 3년 정도 지나면 다 벗겨진다. 1㎡에 세라믹계 강화물질은 5만 6천 원, 에폭시 코팅은 3만 5천 원 정도로, 지하주차장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면 자재비 차이만 20억 원이나 된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아래쪽 서너 개 층의 벽면은 화강석이나 소성 벽돌로 하고 있는데, 잠실주공 2단지 아파트도 원래 아래층 다섯 개 층을 소성 벽돌로 쌓기로 했는데 슬그머니 세라믹계 페인트로 바뀌었다.

소성 벽돌로 공사를 했을 때는 1㎡에 17만 5천 원 정도, 세라믹계 페인트를 칠했을 때는 6,900원 정도로 25배 이상 차이가 나고, 이외에도 몸에 좋다는 참숯초배지, 안전을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발코니 새시, 지하주차장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환기유인 FAN도 시공항목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설치하지 않기로 한 자재 중에는 건설사들이 요구해서 다시 설치하기로 한 실별 온도조절기와 지하주차장 1층에 환기유인 FAN이 있는데, 설치비용은 각각 26억 원과 4억 원으로 총 30억 원으로 서류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설치하기로 한 셈인데 영문을 모르는 조합원에게 조합은 이들 시설을 추가로 설치한다며 추가 분담금을 부과했고, 조합원들로서는 30억 원짜리 시설을 2배인 60억 원에 설치한 셈이다.

시공사가 어떤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서 공사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요즘 거실이나 방에서 많이 쓰이는 온돌마루를 보면 가장 저렴한 것이 3.3㎡당 7만 원, 가장 비싼 것이 23만 원, 25.7평형 시공 가는 591만 원과 115만 원으로 한 가구 당 많게는 400만 원까지 차이나 수천 세대가 되면 공사비 차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입주자들이 내 아파트에 어떤 자재를 쓰는지 알고 싶어도 시공사에서도 알려주지 않았고 조합도 알려주지 않았고, 시공회사는 자재가 바뀐 이유에 대해 ‘필로티 공법’으로 설계가 변경하게 돼 어쩔 수 없이 공사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지만, 시공사들은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를 협상하면서도 추가공사에 얼마의 원가가 더 들어가는지, 조합과 함께 따져보지도 않았다.

2001년 임시계약 당시 정한 금융비용을 제외한 순수 공사비는 3.3㎡에 226만 원이었고, 2004년 공계약을 체결할 때는 가계약 때보다 19%나 오른 269만 원으로 원래 착공식까지 해서 소비자 물가지수를 적용하여 공사비를 인상해주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3.3㎡당 19만 원이나 더 올려준 것이다.

결국, 당시 조합원들에게 안건 내용을 숨기고 주요 변경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동의를 받아냈던 재개발 조합장 이모 씨는 철거공사업체 선정, 공사현장 식당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2억여 원을 받았다가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모든 자재 변경사항을 신고받아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송파구청도 조합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공개요청을 외면했고, 답답한 나머지 조합원들이 직접 건설 현장을 찾아가 알아보려고 했지만, 그곳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했다.

검찰은 2009년 건설업체에서 돈을 받은 송파구청 공무원 김모 씨와 조합 등에 뇌물을 제공한 건설 시공사 직원을 기소했다.

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 비리사건은 대기업 건설사와 부패한 조합장이 합작하여 조합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건으로 이 사건에 대해 2007년에는 방송사 고발프로그램에서도 다룬 바 있으며, 이어 2007년경 전 조합장의 비리척결을 기치로 내세우며 새로운 이 모 조합장이 취임했는데, 그 조합장은 2008년경 건설하자 전문 감정업체에 용역을 의뢰하여 공사비 감액요인들을 찾아낸 결과 그 감액요인이 1,3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는 아파트 지하 터파기 공사 도중에 발견된 양질의 모래를 건축자재업자가 매수하여 파가는 바람에 터파기 공사가 저절로 이루어짐으로써 절약된 공사대금 150억가량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새로이 선출된 조합장도 준공검사 하루 전날 시공사에 560억짜리 공사계약서에 서명을 해주는 등 비리를 일삼다가 재건축상가분양권과 관련하여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결국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하는 바람에 1,300억 원짜리 감정보고서는 그대로 묻혀버리게 됐다.

후임으로 법원에서 임명한 임시조합장이 조합업무를 이어받았지만, 임시조합장은 2009년 12월 30일 시공사와 공사대금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공사대금 정산과 관련한 분쟁을 서둘러 종결지어 버렸고, 교도소에 들어간 전 조합장이 상가분양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조합 측에 안겨준 수백억 원의 배상채무가 시간이 갈수록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비상 상황이었고 상가 정상화를 더는 미루어서는 커다란 민원이 야기될 긴급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임시조합장의 위 합의는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시공사들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 돼버렸다.

현재 재건축 공사대금과 관련하여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황정규(사진) 변호사를 찾아가 시공사를 상대로 하여 조합원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자문을 구하고 있다.

<김주홍 기자 ju00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