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근 기자  |  cmkcap@cennews.co.kr

일부 발주기관들이 예산절감 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부당하게 공사비를 삭감하여 발주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충남 금산군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예 입찰공고문에 공사비가 과소 산정됐음을 밝히고 나서 건설업계가 어이없어 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은 지난16일 적격심사 방식으로 기초금액 112억원 규모의 금산인삼약초건강관 조성공사를 발주하면서 공고문에 “예산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기타경비, 일반관리비, 이윤이 과소 산정됐으니 입찰참가자는 설계도서를 충분히 열람ㆍ검토해 신중히 투찰하길 바라며...향후 이 공사에 대하여 계약체결한 자는 계약이행 과정에서 우리 군에 행정상,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발주처가 공고문에 ‘원가계산 및 예정가격 작성요령’과‘원가계산 제비율 적용기준’등 관련 규정을 어겼다고 스스로 밝힌 사례는 보기드문 경우로, 건설업계는 금산군이 추후에 공사비 과소 산정으로 인해 생길수도 있는 법적분쟁을 염두에 둔 꼼수(?)로 보고 있다.

금산군은 이번에 기타경비를 기초금액 대비 1.58%,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각각 1.76%와 1.34%로 산정했다.

지방계약법령의 원가계산 제비율 적용기준에는 일반관리비의 경우 5.5%, 이윤은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고 공공기관의 입찰을 대행하는 조달청은 기타경비 7.2%, 일반관리비 5.5%, 이윤 12% 등으로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조달청 기준으로는 공사비가 127억원에 이른다. 금산군이 법정 금액보다 무려 15억원이나 깎은 것이다.

건설업계는 “발주자 스스로가 공사비가 과소산정됐다고 밝힌 것은 지방계약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정가격 작성 기준을 어겼다는 것을 시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지자체가 이렇게까지 나설 수 있는 것은 자의적으로 공사비를 깎더라도 중앙정부가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피해는 건설사에게 돌아갈 뿐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이같은 발주처들의 일방적 횡포를 막기 위해서, 입찰자가 삭감된 기초금액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계약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토록 하며, 계약심의위의 검토 결과 공사비 산정 오류가 인정된 경우 조정된 공사비로 재공고 입찰을 하도록 하는 ‘이의제기 제도’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발주자의 자의적 공사비 삭감으로 공사 시공이 불가능하여 낙찰자가 낙찰후 계약체결 전에 계약을 포기한 경우는 부정당업자 제재가 면제 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