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하도급 관련 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일한 내용을 2개 법령에서 규정함에 따른 업계 혼선과 이중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14일 ‘건설하도급 법령체계의 합리적 개편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하도급법과 건산법을 비교하면 현금결제비율 및 어음만기율 유지의무, 원도급자 금지사항 등 일부 조항을 제외한 건설하도급 관련 규정이 대부분 유사하다는 게 건산연의 지적이다.

건설사로서는 건설 하도급 의무를 인지하기 위해 2개 법령을 동시에 파악해야 함에 따라 노력이 2배로 들고 2개 법령상 서로 다른 제재내용 및 수위로 인한 이중규제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건설업 외에 제조업, 서비스업까지 규율하는 하도급법 특성상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처럼 건설업에 적용하기 힘든 제도도 상당수 포함돼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점 탓에 1984년 하도급법 제정 당시 주된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의 하청대금지불지연등방지법만 해도 건설업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건설업법으로 따로 규정한다.

근본적으로는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한 하도급거래를 불공정한 거래로 인정하고 규제하는 하도급법의 제정 취지가 건설하도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건산연의 논리다.

우월적 지위가 성립하려면 독과점시장이어야 하지만 2009년 기준으로 원도급 종합건설사 1만1044개와 하도급 전문건설사 3만4342개가 공존하는 건설시장은 독과점구조가 아니라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원청사가 소수인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과 달리 쌍방간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가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하도급건설사 부도로 원도급건설사가 2차 협력사인 자재업체, 장비업자에 대한 대금을 이중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이의섭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특정 하도급자가 다수 원도급자와 계약할 수 있고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요청을 할 때 하도급자가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우월적 지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건설하도급을 성격이 다른 제조업, 서비스업과 동일한 규정으로 규제하는 것도 혼선을 가중시키므로 건설 하도급은 일본처럼 건산법만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