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손을 놓은 현장이 늘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상관없음(사진=김윤배 기자)

최근 도급순위 19위의 중견건설사 풍림산업이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한국건설경영협회(이하 한건협)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건설수주 실적 분석에서도 장기 침체에 빠진 건설시장에서 중견대형건설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내건설시장 수주 증가에도 불구, 중견대형사는 25.8% 감소해 한국건설산업의 기초체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

한건협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주택사업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급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민간건설 수주에서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사 직원들은 장기적인 부동산시장 침체, 공공발주 공사 기근, 부실 경영까지 더해지면서 중견건설사의 어려움이 해당 건설사 직원들에게도 고스란이 전가됐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하 건설기업노조)에 따르면, 실제로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은 미분양 아파트 500여가구를 직원 및 친지에게 강제로 떠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매월 내는 미분양 아파트 대출이자가 수 백만원에 이른다"고 밝히며 "조만간 재산 가압류를 당하거나 개인파산으로 내몰리는 직원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풍림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주원인은 당시 채권은행들 간의 이해관계 대립에서 비롯됐다. 3년간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회수에 열을 올린 채권은행들이 채권회수가 끝나자 추가자금 지원을 거부했다는 것.

결국 기업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워크아웃은 본질은 사라진채 채권은행들의 채권회수의 목적만을 달성한 꼴이 됐다는 것이 건설기업노조의 주장이다.

최근 우림건설의 위기 또한 사주의 무리한 해외투자(카자흐스탄 4000억)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사주들의 방만 경영 책임은 직원들에게 고스란이 떠넘겨진 것. 2008년 400명에 달하던 직원들은 현재 170명으로 줄었고, 올해 4개월치 미납된 임금체불로 직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고 건설기업노조는 전했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이 중견건설사 위기사태 규탄 및 회생대책 촉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공=(건설기업노련)

벽산건설도 직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건설기업노조 측은 PF채권은행들이 건설사를 믿지 못해 공사비를 협력업체에 직불함으로써 운영자금난을 가중시켜 직원들의 급여 4~5개월치를 체불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시중에서의 자금융통은 불가한 상태가 되며 공사이행보증조차 어려워져 신규수주도 어려운 것이 당연한 이치.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채권은행에서 신용 및 자금지원이 이루어져 기업개선을 도와야 하는데 현재의 워크아웃은 오히려 기업개선을 방해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삼안 또한 오너의 전횡이 건실한 회사를 망가뜨린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프라임그룹이 부실경영으로 삼안의 회자자금 1200억원을 강탈당해 유동성위기가 왔고, 워크아웃에 처하면서 직원들은 올해 초까지 최고 4개월의 임금체불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개인파산까지 이어지는 중견건설사의 경영 악화가 지속될 경우, 국내 건설시장의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중견사 이상 그룹 건설사의 부재는 지역중소건설사가 난립하는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사주들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고, 채권 회수에만 혈안이 돼있는 나머지 회사 살리기는 뒷전인 채권단도 문제”라며 “정부도 이 붕괴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건협 관계자도 “정부는 건설산업의 허리 역할과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도록 중견건설사에 대한 역차별적 정책들을 진지하게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