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KEPCO, 사장 김중겸)이 갑의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업체에 부당한 공사비 환수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들은 한전의 공사비 환수 요구가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향후 공사수주를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건설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10년 각 지역본부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공사비를 과다계상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고, 본부별로 과다계상한 부분에 대해 공사비를 회수하라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재정 환수조치는 대구경북본부에만 총 25건, 금액으로 64억8300만원에 이른다.

　한전 감사실의 환수조치는 예산절감 차원이다. 특정 공정에 품셈을 잘못 적용해 공사비를 과다하게 지급했으니, 초과분에 대해선 ‘당연히’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에서 설계를 준 대로 시공을 했을 뿐인데, 잘못 설계한 책임을 시공사로 전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한전 감사실은 과다계상한 공정이 들어간 공사를 2008년 1월부터 소급ㆍ재검토해 환수조치를 내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사가 끝나 준공대가까지 지급 완료된 현장이 대다수다. 업체로서는 당황해할 수밖에 없다. A업체 관계자는 “공사 도중의 설계변경도 아니고 종료된 공사에 대해 공사비 환급을 요구하니 황당했다”면서, “반대로 설계가 과소계상돼 수익을 내지 못한 공사에 대해 공사비 추가지급을 요구하면 한전은 수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제는 약자인 업체 입장에서는 공사비 환급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B업체 관계자는 “부당한 요구사항인 줄 알지만 응하지 않을 경우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후 한전 공사를 하지 않으면 모를까, 발주처의 요구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해당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곳이라 지금도 공사비 환급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한 업체에서 ‘도저히 기한 내 납부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자, 한전은 ‘분할상환을 조건으로 세부 납부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을 했다는 것이다.

　공사업계 관계자는 “김중겸 사장도 현대건설 시절 공사비와 관련해 발주처와 상당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공사비 환급은 김중겸 사장 취임 전에 내려진 조치이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회훈기자 hoony@